공무원과 성추행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공무원의 신분보장이란, 공무원은 법령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헌법상 제도보장이라고 하지만, 그런 어려운 말은 제외하고, 공무원의 신분이 보장된다는 것을 일반인들께서는 ‘한 번 공무원이 되면 웬만하면 짤리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한 일반인의 시각을 구체화한 것이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입니다. 즉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공무원이 될 수 없는 사유(결격사유)가 있는 자를 규정하고 있고, 제69조는 제33조에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당연 퇴직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공무원은 제33조를 통과하여 공무원이 되면 웬만하면 짤리지 않지만, 재직 중 제69조에서 정하는 사유(제33조에서 정하는 사유와 동일함)가 발생하는 경우 퇴직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규정을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징역형을 받으면 짤리지만 벌금형을 받는 경우는 짤리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고 계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의3호는 ‘형법 제303조 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퇴직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법 제303조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즉 위 각 조항은 러프하게 보아 직장동료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 처벌하는 조항인 것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 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직장동료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형법 제303조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는 것이고, 그 경우 벌금을 300만원만 받으면 공무원의 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범죄 사건에서 벌금 300만원은 아주 낮은 형량으로 평가됩니다. 즉 간음이나 추행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아차! 하는 순간의 실수로 공무원의 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단서에 따를 경우 공무원이 직장동료를 간음하거나 추행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아도 당연 퇴직됩니다. 즉 정리하면 공무원이 직장동료를 간음하거나 추행하고 징역형의 선고를 받거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는 경우는 물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거나 3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으면 당연 퇴직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당연퇴직규정은 교육공무원의 경우에 한층 강화되어 있습니다. 즉 교육공무원법 제43조의 2는 동법 제10조의 4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 4 제1호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육공무원이 직장동료를 간음하거나 추행하고 3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으면 당연 퇴직될 것입니다.
나아가 교육공무원법 제43조와 제10조의 4 제2호는 미성년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를 하거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행위를 하여 파면 해임되거나 실형(집행유예를 포함함)을 선고받은 자를 당연 퇴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란 강간도 물론 포함되지만 강제추행도 포함되는 넓은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공무원법 제43조와 제10조의 4 제3호는 성인에 대하여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로 실형(집행유예 포함)은 물론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는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교육공무원이 성인(직장동료로 한정되지 않습니다)을 강제추행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으면 당연 퇴직되는 것입니다.
본 글이 성범죄행위를 옹호하거나 성범죄가 단순한 충동적인 범죄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로 남성들의 경우에 자신이 공무원이거나 교육공무원이면서도 성범죄 특히 강제추행과 같은 경미한 성범죄의 경우 벌금 100만원을 받으면 당연 퇴직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벌금 100만원은 정말로 매우 경미한 형입니다. 각별히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본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역시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