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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전문지 기고문] 공중화장실과 죄형법정주의

작성자 :
서로
등록일 :
2017-03-08 17:25:42
조회수 :
5,223

 

 

 

 

공중화장실과 죄형법정주의

 

 

최근 대법원은, 화장실에서 화장실 사이 칸막이를 이용하여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여성을 훔쳐본 남성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일단 그 남성이 처벌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하면 일반인의 법 감정과는 배치되는 판결로 생각되기도 하고, 필자도 주변에서 위 판결에 대한 비판의견을 들은 바도 있습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위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2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2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1조의 2 1호는 위 법률 제12조 중 본 글과 관련되는 공중화장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또는 유료화장실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부터 5호까지의 규정을 보면, 공중화장실이란 공중(公衆)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로, 개방화장실이란 공공기관의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 중 공중이 이용하도록 개방된 화장실 또는 9조제2에 따라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구청장은 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하며, 이하 시장·군수·구청장이라 한다)이 지정한 화장실로, 이동화장실이란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등에 일시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화장실로, 간이화장실이란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 설치한 소규모의 화장실로, 유료화장실이란 화장실의 설치·관리자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화장실로 각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는 위와 같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중화장실(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 등에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적시킬 목적으로 침입하거나 또는 나가달라는 요구(퇴거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런데 위 판례사안에서 남성이 들어간 화장실은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그 음식점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하여 설치한 실외화장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위와 같은 실외화장실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란 법률이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praevia lege poenali)’라는 법언으로 총칭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즉 죄형법정주의는 특정한 경우에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불이익보다, 법원이 법률의 범위를 넘어 자의적으로 처벌을 하는 사회적 불이익이 더 크다는 역사적 교훈 아래 확립된 법치주의의 핵심원칙이기도 한 것입니다.

 

 

즉 위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해당 남성이 잘못하지 않아서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남성을 처벌할 규정이 없어서 무죄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범위를 넘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판결은 해당 남성에게 잘못이 없어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남성에 대한 기소된 법조항에 따를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법치주의의 근간인 죄형법정주의로 인하여 해당 남성이 무죄판결을 받았을지라도, 차제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의 보완은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 단 현행법상 그 장소를 공중화장실 등으로 제한하지 않고 형태를 불문한 모든 화장실로 확대할 경우, 심지어 일반적인 가정집에 있는 화장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에서 입법단계에서의 고뇌가 집작되기도 하지만, 본 사건의 계기로 제도의 보완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위 사안에서 해당 남성의 행위를 처벌할 조항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남성이 실외화장실을 들어간 목적이 여성을 홈쳐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실외화장실을 점유 관리하는 식당 주인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침입행위 자체는 형법상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담당 검사는 해당 남성을 건조물침입죄로 기소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담당 검사가 해당 남성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한 이유는 같은 법률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를 등록케 할 의도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주된 취지 중 하나가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등록케 하고 중범죄의 경우 공개하게 하는 것인데, 만약 해당 남성을 건조물침입죄로만 기소하는 경우 해당 남성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그 신상정보가 등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역시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