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에서 보증금 증액이 무효인 경우 그 비율로 월세가 증액된다?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 증액이 무효인 경우에 관하여 무효행위 전환이론을 적용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한 바 있고(2016. 11. 18. 선고 2013다42236 판결 참조), 그 판결에 기초하여 상당한 량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위 판결을 원용하면서 나온 기사들 중 일부는, 마치 위 판례가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의 경우에 보증금의 증액이 무효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만큼 월세가 증액되는 것으로 읽힐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에 위 판례의 명확한 의미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는 “당사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0조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법률 시행령 제8조는 증액의 한도를 기존 보증금 및 차임의 1/20(5%)로 제한하고 있고, 그것도 1년의 단위로만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조항에 따라 일반적인 주택임대차의 경우, 임대인은 1년의 단위로 기존 보증금 및 차임의 5%만을 증액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2015. 1. 1. 보증금을 1억, 월 차임을 20만원,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고 그에 따라 임차인이 거주하던 중, 그 임대차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16. 1. 1. 임대인이 보증금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기존 보증금 1억의 5%에 해당하는 500만원의 증액을 요구한다면, 임차인은 이에 당연히 응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임대차 기간 중인 2016. 1. 1. 임대인이 500만원의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1억 5,000만원으로 증액한다고 하면서 4,500만원을 보증금으로 추가 요구하는 경우에 임차인은 그 5,000만원의 증액요구 중 500만원을 제외한 4,500만원 부분은 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따를 경우 명확합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가, 위 사례에서 증액을 요구한 5,000만원 중 4,500만원이 무효가 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비율로 월차임을 인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즉 위 판례를 원용하는 기사를 언뜻 보면 무효인 증액 보증금에 상응하는 월차임을 인상하여 주어야 하는 것으로 읽힐 우려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위 판례는 일반적인 임대차가 아닌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위 판례사안을 쉽게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판례사안에서 임대인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였는데,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의 법령상 상한은 1억 3,700여만원이었고 표준임대료는 월 90여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과 임차인은 보증금을 당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법령상 상한액보다 높은 2억 4,600여만원으로 정하고, 그 증액비율에 따라 표준임대료를 인하하여 약 59만원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단 문제는 위와 같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의 법령상 상한을 위반한 임대차 계약이 관련 법령에 따라 무효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법령상 기준을 위반한 임대차 계약을 무효라고 하게 되면 임차인이 공공건설 임대주택에서 퇴거하여야 하고, 이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통하여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위와 같은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다면 어떤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되었을 것인지를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이른바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 즉 위와 같이 임대차 계약이 무효인 경우에도 그 계약이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고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대법원은, 위와 같이 법령상 상한을 넘어서서 증액된 임대차 계약은 무효이지만, 만약 그 당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위와 같은 보증금이 증액된 임대차 계약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에 따라 계약을 하였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조건에 따른 임대차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시한 것으로서, 위 임대차 계약을 법령상 제한액인 표준임대보증금 1억 3,700여만원, 표준임대료는 월 90여만원으로 하여 유효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보증금은 감액되는 대신 월차임이 증액되는 임대차 계약으로 변경된 것이 된다는 점에서, 위 판례가 일반적인 임대차에서 보증금의 증액이 무효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만큼 월세가 증액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위 대법원 판례는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점 유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로 주택임대차의 경우 보증금 및 월차임의 증액이 제한되지만, 그러한 제한은 당해 임대차 계약기간 중에 한정됩니다. 즉 해당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임대보증금 및 월차임의 증액은 법령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위와 같은 증액의 제한은 임대인의 일방적인 요구가 있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즉 임대차 기간 중이라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로 기존 보증금이나 월차임의 5% 이상을 증액한 경우 이는 완전히 유효한 것입니다.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도 역시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